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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주식 (사이드카, 방산주, 밸류에이션)

by chaud-kyu 2026. 4. 24.

전쟁이 났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오늘 점심은 먹어야 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증권 앱을 열어보니 보유 종목이 죄다 빨간불이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트가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그때 방산주를 들고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득을 봤거든요. 전쟁이 터지면 다 망한다는 공식,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이드카가 자꾸 걸리는 이유

요즘 코스피에 사이드카가 유독 자주 발동되고 있습니다. 사이드카란 선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입니다. 시장이 한쪽으로 폭주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인데, 이게 하루 이틀 간격으로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번갈아 걸린다는 건 그만큼 변동 폭이 극심하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건 해외 증시는 같은 기간 그 정도까지 요동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원인 중 하나는 트럼프발 불확실성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국내 증시에 경험이 짧은 신규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들 상당수가 ETF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데, ETF란 여러 종목을 묶어 하나의 상품처럼 거래하는 펀드입니다. ETF를 팔면 그 안에 담긴 종목들이 한꺼번에 하락하고, 사면 일제히 오르는 구조라 변동성이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찰한 바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요동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습니다. 처음 신병 훈련소에 들어간 병사들이 점점 훈련에 익숙해지듯, 시장 참여자들도 이 변동성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제도를 손볼 필요보다는, 이걸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쟁 뒤 주식시장이 오른다는 게 사실일까

역사 데이터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있습니다. 1970년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 당시 미국 증시는 1974년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6년간 오히려 이전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방산 기업이 올랐고, 오일달러로 돈을 쌓은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건설 수요가 건설주를 끌어올렸으며, 같은 시기 인텔이라는 이름의 반도체 기업이 태동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대공황 탈출 계기가 됐고, 한국전쟁은 일본 재건의 발판이 됐으며, 베트남전은 한국 산업화에 간접 동력을 제공했습니다. 전쟁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시장은 그 변화를 먼저 반영한다는 구조가 반복된 겁니다.

물론 이번에는 변수가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면 물가를 자극하고, 이것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사모 대출 같은 취약한 고리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사모 대출이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가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대출로, 금리 상승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이번 상황에서 유일하게 긴장을 놓지 못하는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보면, 하락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역사적 흐름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20만 원, 그래도 들어가는 게 맞을까

삼성전자가 다시 20만 원을 넘겼을 때 많은 분들이 망설이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심리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가격이 올랐으니까요. 그런데 주식에서 진짜 위험은 비싸게 사는 것이고, '가격이 비싸다'와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밸류에이션이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제 이익 창출 능력 대비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지금 반도체 기업들의 고정가, 즉 한 달 단위로 계약되는 제품 판매 단가가 달마다 50% 이상 오르고 있습니다. 작년 연간 이익이 40조 원 초반이었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분기 이익만으로 50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수요와 공급 측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HBM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 수요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출처: Morgan Stanley Research). 이 수급 불균형이 최소 2030년까지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어서, 현재 가격이 높아 보여도 실적 기준으로는 오히려 저평가 구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니, 이런 구조적 수요가 뒷받침되는 종목은 단기 가격 등락에 흔들리기보다는 2~3년 이상의 시계로 보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번 전쟁이 한국 방산에 준 뜻밖의 기회

이번 전쟁에서 제가 주목한 또 다른 포인트는 방산입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의 무기가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됐고, 천궁의 요격 명중률이 96%를 넘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론상 스펙이 아니라 실제 전장에서 증명된 수치라는 게 다릅니다.

동시에 미국 내 무기 재고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 드러났습니다. 미국이 자국 방어에 필요한 적정 수준까지 재고를 채우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간 동안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무기를 주문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실제로 노르웨이가 미국에 주문했던 무기를 한국으로 돌렸다는 사례가 나왔고, 유럽 국가들도 미국 대신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할 만한 한국 방산 관련 투자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지상 무기 계열
  • LIG넥스원: 천궁 등 유도무기 및 방공 시스템
  • 한국항공우주(KAI): FA-50 경공격기 등 항공 플랫폼

물론 방산주도 전쟁이 끝난 뒤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주가 몇 년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한 번 확인된 실전 성능과 수요 구조는 단기간에 꺼지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기 트렌드가 작동하는 섹터를 너무 빨리 털어내는 게 더 큰 실수였습니다. 코스피 전체 동향은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전쟁이 났다고 투자를 멈추는 것도, 반대로 아무 판단 없이 따라가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근본 동력이 AI 산업이라는 사실, 그 안에서 수혜를 받는 반도체와 방산이라는 구조가 흔들렸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저도 망한 투자가 더 많습니다만, 그 실패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단기 변동성에 휘둘려 장기 흐름을 놓쳤을 때였습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결국 살아남는 건 냉정한 판단과 긴 호흡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m2URqHD1nY&t=5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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